“사랑하는 자녀들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하고, 거룩함의 길로 이끌도록 허락하신 이 은총의 시기에, 사탄은 너희를 불안과 증오의 사슬로 얽매려 하고 있다. 그가 승리하도록 허용하지 마라. 오히려 어린 자녀들아, 모든 생명의 거룩함을 위해 싸워라.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교회의 승인 하에)
사랑하는 자녀들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하고, 거룩함의 길로 이끌도록 허락하신 이 은총의 시기에, 사탄은 너희를 불안과 증오의 사슬로 얽매려 하고 있다.
제가 사목하고 있는 본당에는 ‘노아’라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있습니다. 노아는 제가 이 본당에 부임한 이후 태어난 아이라, 그 아이의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켜보아 온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노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일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하실 만큼 신심 깊은 분들이시며, 어머니 역시 매우 신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 속에서 노아는 어린 시절부터 정성 어린 신앙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올해 첫영성체를 받은 노아는 최근 미사 복사로도 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매 주일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와서, 미사 전에 반드시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참례하거나 복사로 봉사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인상 깊습니다.
그런 노아의 모습은 언제나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여름 방학이 시작된 요즘에는 평일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노아는 어머니 손을 잡고 미사에 참석했는데, 미사 도중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경건하게 참여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깊은 신앙 안에서 아름답게 자라나는 노아의 모습은 제게 큰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자의 모습 안에서 저는 성모님과 우리의 관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의 영적 어머니이시며, 하늘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는 자녀들아!”라고 부르시며, 깊은 애정으로 우리를 감싸시고, 거룩함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십니다.
오늘 메시지에서도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는 자녀들아!”라고 부르시며, 당신의 사랑과 인도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십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성모님의 그 모든 사랑과 인도가 전능하신 하느님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히십니다. 마치 예수님의 잉태를 예고하러 온 천사 가브리엘 앞에서 “보십시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응답하셨던 그 순간처럼, 지금도 여전히, 아니 영원히, 성모님은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거룩함의 길로 이끄시는 성모님의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도 선한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이 전능하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밝히심으로써, 성모님께서는 당신이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가장 우선에 두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우리 역시 성모님처럼,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공로로 삼거나 자신에게 영광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든 일과 모든 순간에 모든 공로를 오직 전능하신 하느님께 돌리며, 그분께만 영광과 찬미를 드려야 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통해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거룩함의 길로 이끄시며, 마침내 구원과 평화에 이르게 하십니다. 그러나 사탄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우리를 끌고 가려 합니다. 그는 우리를 불안과 증오의 사슬로 얽어매어 사랑과 평화, 그리고 구원을 앗아가려 합니다. 또한 우리를 유혹하여 죄를 짓게 만들고, 하느님과 성모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이웃과의 불화 속에 머물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계시는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가 승리하도록 허용하지 마라. 오히려 어린 자녀들아, 모든 생명의 거룩함을 위해 싸워라.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사탄이 승리하는 순간은 바로 우리가 그에게 우리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입니다. 우리가 그의 존재와 활동을 인식하고, 단호하게 “너는 내 마음과 내 삶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선언한다면, 사탄은 결코 우리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아무리 그가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라 할지라도,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그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그가 승리하도록 허용하지 마라.”고 간곡히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직 하느님과 성모님만이 우리 안에서 승리하시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그분들께 “예”라고 응답하며 모든 것을 기꺼이 내어 맡겨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셨으며, 그 생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그중에서도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어, 그분 생명의 숨결을 받아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인간 안에는 하느님을 닮은 거룩함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본질을 이루는 핵심입니다.
그러나 사탄은 이 거룩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고 공격합니다. 왜냐하면 거룩함이 파괴되어야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인간 안에 깃든 거룩함을 회복시키고,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기 위해 당신의 외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 시대에는 메주고리예를 통해 성모님을 보내시어, 모든 생명의 거룩함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우리를 초대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계십니다.
이번 달 성모님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받은 사명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사탄에게 단호히 ‘아니오’라고 말하고, 모든 생명의 거룩함을 위해 용기 있게 싸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모든 생명의 주님이시며 거룩함 그 자체이신 하느님의 편에 서서, 생명과 거룩함을 지키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 앞에서는 언제나 ‘예’라고 응답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며 거룩함의 길로 인도하시는 성모님, 우리의 어머니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그 성모님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그 뒤에 계시기에, 우리는 사탄과 그의 어떤 공격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당하겠지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