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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10 22:41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89  

내 생애 처음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수잔 벨라뎃다

(서울 대교구 세검정 성당 교우)


갑작스럽게 결정한 이번 순례여행은 애당초 내 계획에 잡혀 있지 않았다왜냐하면 이미 6개월전 미국에 사는 내 동생 부부와 함께 발칸 반도 지역을 도는 크루즈 여행을 오는 11월초에 함께 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더구나 난 성모님에 대한 성모신심이 별로 없던 터라 그간 묵주기도는 짧게 의례적으로 바쳐왔고유럽 여행 중 단 하루 동안 스쳐 지났던 파티마 성모 성지 이외는 성모 성지 순례가 내겐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매일 바쳐왔던 기도와 미사 묵상을 어느새 흐지부지 놓쳐 버린 지 거의 일년 가까이 되어 내 마음 깊은 곳에는 기도에 대한 강한 갈망이 남아있었다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분으로부터 너무 멀리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주님께 도움을 청했지만 다시 기도의 일상으로 쉽게 돌아가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지난 성령 강림 주일에 받은 지혜의 은총이 메주고리예 성모님 메시지를 접하게 이끌어주셨다그러나 인터넷에 접속된 많은 정보가 한편으로는 나를 혼란으로 내몰아 날 크게 흔들어놓는 악의 방해도 겪었다.

     그러던 중 몇 년 전 어느 분이 내게 주셨던 책이 내 눈에 띄었다그간 무심하게 책장에 꽃아 놓았다 잊었었는데마침 잠들기 전 읽을 책이 없던 터라 침대 테이블에 꺼내다 놓고 조금씩 읽기 시작하였다이 책은 미국 방문 중 아틀란타 순교자 성당 주일 미사 때에 잠깐 만나 뵈웠던 김철석 교수님이 자신이 번역한 책이라며 주신 것이었다엠마누엘 수녀님의 '베일에 감싸여진 아기’라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그 감동들이 촉촉하게 쌓여갔다.

     그 즈음에 피난시절 초등 학교 때에 단짝이었던 친구가 메주고리예 순례를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듣는 순간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친구와는 40년이상 지역적으로 멀리 헤어져 서로 연락이 끊겼었는데 내가 귀국 후에 세검정 성당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매주 한번 그 집에서 모이는 기도회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지만 그간 서로 바쁘고 여유가 없어 오히려 서먹하게 지내온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성모님께서 메주고리예로 함께 불러주신 것이다.

     이렇게 순례 여행을 결정하자 매일 새벽 일찍 일찍 잠이 깨어 다시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내 생각엔 성모님을 뵈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다시 기도를 하게 되면서 그 동안 고백하지 못했던 대죄가 기억나 명동에 가서 총고해를 본 후 얼마나 홀가분한지 휘파람이 나올 지경이었다이렇게 고해성사로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이 되자 신비스럽게도 그간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의 인적 관계가 뒤틀어졌던 모든 사람들과 화해가 하나씩 이루어졌다얼마나 놀라운 은총인가!  멀리 미국에서 또는 몇 년간 소식이 끊겼던 사람들과 연락이 오면서 화해의 기회가 이루어졌다.

     보잘것없는 나에게 퍼부어주시는 하느님 사랑에 겨워 행복하게 여행 날짜를 기다리던 중 바로 여행3일전 어처구니없이 난감 한일이 생겼다강남에 사는 아픈 조카 아이와 주일 미사를 참례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한발에 힘주어 발을 올리려다 장딴지에서 뚝하고 큰소리가 나면서 순간 한발작도 움직일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갑자기 두려웠다 남편은 며칠 전 미국으로 떠나고 집엔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이런 방해쯤은 이길 수 있다는 오기가 생겼다또 다음 순간엔 긴 여행 시간 만만치 않게 걸어야 할 순례길 의사의 충고 등등 이번 순례를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망설임 두 가지 갈래의 생각이 왔다갔다하며 날 괴롭혔다혼란스런 생각들이 지나간 다음 여행 중에 겪어야 할 어려움을 주님께 봉헌하리라 마음 먹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용기를 내어 내 단짝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떠나는 날까지 꼼짝 못하는 나를 도와주는 주위 분들의 따스한 마음들이 무척 고마웠다메주고리예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을 보다 mary-tv의 증언 프로를 보게 되었다.  어느 미국 신부님의 증언 내용 프로그램이었다그 신부님도 나처럼 메주고리예 순례를 자신이 계획한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 신부님 권고로 별 생각 없이 따라가기로 했는데 여행 직전 다리를 다쳐 기브스를 한 불편한 다리로 메주고리예 성모님을 찾으셨다가 성모님의 많은 은총을 받고 지난25년동안 기도회를 이끌고 계시다는 내용이었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게 주시는 성모님의 메시지는 분명하였다.

     스플릿에서 메주고리예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무척 아름다웠다파아란 아드리아해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며 꼬불거리는 한적한 시골길은 마치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시는 고향길 같아 정답고 익숙하기까지 했다.

     발현산으로 가는 길목에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에도 성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듯 넘쳐나는 생명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듯 저마다의 빛을 내며 그 선명함과 정결한 색감 조화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롭게 보였다.

     어느새 온 세상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바이브레이션이 내 존재 깊숙이 전해져 생명의 기쁨을 전해왔고그 기쁨이 감동의 눈물이 되어 내 뺨 위로 흐르고 있었다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그 생명의 떨림이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전해지면서 더 이상의 장애는 없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201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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