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고리예에서 자유로와지다
버나드 갤러거
번역: 신미라 요세피나
(평화의 모후 사도회, 『평화 MIR』 편집위원)
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메주고리예 야외 고해소에 앉아 있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사제는 고해성사를 보러
온 쟌에게 따뜻히 맞이했다. 성사가 잘 진행되었고, 쾌활한 성격의
사제는 죄를 사해주기 전에 쟌에게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다. 쟌은 “네, 신부님,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제는 “그러면 아버지가 자기 아들에게
샌달을 신겨준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쟌은
머뭇거리면서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했다.
사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 그게 이렇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노예나 종은 맨발로 다녔습니다. 자유인만이 샌달을 착용했습니다.
이제 제가 당신을 자유인으로 만들기 위해 당신의 발에 샌달을 신겨드리겠습니다!” 쟌은 어리둥절해서 도대체 이 사제가 어디에서 샌달을 내놓을 것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제가
“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성령을 보내주셨으니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라고 사죄경을 외울 때에서야
사죄경이 바로 그 샌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있지 않아, 쟌은 크리자밧
산으로 가서 십자가의 길을 하고자 했다. 비는 그친 상태였고, 쟌은
각 처마다 길게 머물면서 기도를 바치며 청동부조(역자주: 메주고리예
십자가산에는 이탈리아 조각가 뿌쫄로가 작업한 청동부조 14처가 있다.)에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인물들의 자세한 모습을 깊이 들여다봤다. 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님을
위해 강제로 십자가를 진 제5처에서 쟌의 눈은 부조물 하단으로 쏠렸다. 갑자기 고해소에서 사제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마음에 메아리쳤다: “예수님 당시에 노예나
종은 맨발로 다녔습니다. 자유인만이 샌달을 착용했습니다.” 그리고
부조물을 쳐다보면서 쟌은 예수님께서 맨발로 서 계시고, 시몬은 샌달을 신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