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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27 12:20
푸른 십자가에서의 랑데부
 글쓴이 : 아그네스
조회 : 1,702  
푸른 십자가에서의 랑데부 


1990년 3월 25일 메시지
“사랑하는 자녀들아! 너희가 의식하지 않을 때도, 나는 너희와 함께 있다. 나는 사탄이 너희를 파괴시키려고 제시하는 그 모든 것에서, 너희를 보호해 주고 있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내가 태중에 예수님을 품었듯이 너희를 거룩함 속에 품어 주고 싶다.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구원하려고 하신다. 그래서 오로지 너희가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시려고 사람들과 자연과 많은 것을 통해 너희에게 메시지를 보내신다. 어린 자녀들아,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너희에게 베푸시는 그 은총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아라. 그러면 내가 나의 망토로 너희를 보호해 주고, 삶의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임마누엘 수녀 


그 날 저녁 우리는, 마리야가 요리한 큼직한 스파게티 한 접시를 놓고 둘러앉았다. “순례 안내자들이 성모님께서 발현하신 초창기 시절에 지어낸 이야기들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해요.” 마리야가 입을 열었다. “하루는 순례자 한 분이 내게 오셔서 묻기를, 정말로 성모님께서 십자가 색깔을 푸른색으로 칠하라고 하셨느냐는 거예요. 생각해 보셔요!”
     나는 속으로, “시작이 좋은 걸? 아무래도 이제까지 듣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줄 모양이야.” 라고 중얼거렸다. “푸른 십자가에 관한 사건이 실제로 시작되었었지요.” 마리야가 말을 이었다. “그 당시 군인들은 사람들이 언덕에 모이는 것을 금하고 있었지만, 우리 목격증인들은 그네들의 명령을 무시하고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성모님께서 갑자기 나타나셨지요. 그건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기쁨에 찬 우리는 기도하며 노래를 불렀지요. 바로 그 시각에 아주 화가 난 군인들은 그 지대 전체를 뒤지며 우리를 찾고 있었어요. 그들이 우리들 가까이까지 와서는 마치 장님처럼 우리를 못 보고 그냥 지나가는 거예요. 우리를 보지도 않았고, 우리가 노래하는 소리도 못 들은 거죠.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도, 마치 우리가 그곳에 없는 것처럼, 자기네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냥 지나갔어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 날 이후로, 성모님께서는 그곳에 자주 나타나셨습니다. 물론, 군인들은 우리들을 찾지 못했지요. 그곳은 우리들의 안식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그곳에 십자가를 세우고는 푸른색을 칠한 거랍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푸른 십자가로 갑니다.’라는 말을 암호처럼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어쨌거나 그 색깔을 고르신 분은 성모님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지요.”
     이 때 어린 첫 아들 미카엘이 보채기 시작하자 마리야는 그를 달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리야로서는 성모님을 뵈는 것과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이음매 없는 한 폭의 그림 같이 하나의 일상사가 되고 있다. 그녀는 영의 세계에서 세상일 쪽으로, 세상일에서 영의 세계로 손쉽게 오가고 있다.
      “푸른 십자가에 대해 알고 있는 순례자는 얼마 없습니다만, 성모님께서 직접 택하신 곳이니 우리들은 그분들이 그곳에 들르셔서 기도하도록 도와드려야 하지요.”
     마리야의 말은 옳았다. 푸른 십자가는 성모님께서 직접 택하신 장소들 중에서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성모님께서 직접 택하셨다는 것 외에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그곳에는 특기할만한 그 어떤 것도 없다는 말이다. 이 발현장소는 포드브르도 언덕으로 올라가는 산 어귀 길에서 몇 미터 남짓 떨어져 있으며, 이 고을의 소박한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돌멩이들은 빨간 흙 위로 비어져 나와 있고, 보잘것없는 작은 관목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으나 그늘을 만들만한 크기도 못 된다.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몸에 상처를 내는 가시덤불 투성이다. 게다가 기도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싶어도 판판한 자리라곤 찾아보기가 힘들며, 꿇어도 넘어지기가 쉽다. 성모님께서는 푸른 십자가가 있는 곳을 잊지 않고 찾아주셨다. 목격증인 이반의 기도 그룹은 지금도 자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에는 그곳에서 모이고 있다. 나 자신은 물론, 순례자들도 그곳에서 큰 은총을 받곤 했다(내 마음이 무거울 때면 나는 그곳을 찾으며, 떠날 때는 언제나 내 마음이 한결 평화롭게 된다).
     1994년 어느 여름 날, 푸른 십자가에서 이반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천상으로 울려 퍼지는 열렬한 기도를 모두 드리고 있었다. 갑자기 기도 소리가 멈추고 조용해졌다. 이것은 성모님께서 발현하셨다는 때를 알리는 침묵이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우리 가운데 서 계셨으며, 3분 정도가 흘러갔다. 그러자 갑자기 돌 구르는 소리에 침묵이 깨어지자 여기저기서 동요가 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왼쪽 어디에선가에 무슨 일이 생기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다음 날, 간밤에 있었던 진상을 한 어린 소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는 교회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무신론자였으며, 전형적인 프랑스의 10대 소녀로, 물론 교회란 안중에도 없었고, 그녀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먼 곳에 계시는 분이었으며, 그분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리공부라고요? 오래 전에 잊었지요!” 그녀 주변에서는 단지 그녀의 할머니만 주일미사에 참석했다. 할머니는 늙으셨으니 성당에 다니시는 건 당연하겠고 할머니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지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루는 할머니께서 버스로 메주고리예에 가시기로 혼자 결정을 내렸다. 건강이 벌로 좋지 않은데도 꼭 가야 한다며 고집을 피우셨다. 할머니는 그 손녀가 함께 가주기를 부탁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합의를 보았다. 할머니는 손녀의 여행비를 부담하고 아름다운 유고슬라비아 나라를 구경시켜주는 대신,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그녀가 돕는다는 조건이었다. “유고슬라비아” 라는 매력적인 말에 그녀는 매혹되어 거래가 성립되었다.
     사건이 있었던 그 날 밤, 발레리는 할머니와 함께 푸른 십자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녀 자신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하면서 성모님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것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이런 것들이 모두 무의미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아 서 계셨고, 발레리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에서 요란하던 기도소리가 일제히 조용해지자 바로 그 때 발레리가 성모님을 뵈었던 것이다. 그녀는 보고 또 보았다… 맞아, 정말 성모님이셔! 그분이 그곳에 계셨다! 사람들이 기다리던 성모님께서 진짜로 오신 것이다! 그분께서는 지상에서는 알 수 없는 천상의 미소를 띄우시고 계셨다. 2분 동안이나 그렇게 보다가 그녀는 아무래도 좀 더 자세히 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발레리는 담 겸에 있는 돌 위로 올라섰다. 그분의 아름다움에 발레리의 입에서 저절로 찬사가 새어 나왔다. 이때, 손녀딸이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신 할머니도 함께 돌 위로 올라서려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돌 구르는 사건이었다.
      “제가 다시 일어섰을 때는,” 발레리가 말을 이었다. “성모님께서는 이미 그곳에 안 계셨고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그녀는 죄의식이 엿보이는 표정으로, “왜 하필이면 제가 보이셨을까요? 수녀님, 말씀해 주셔요. 모두들 기도하며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제게?” 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건, 그분께서 너를 택하셨기 때문이지! 너는 그곳에서 기도도 하지 않고, 그분을 기다리지도 않는 유일한 아이였지. 아마도 그분께서는 오랫동안 너를 기다려 오셨을 게야. 그러다 어제 저녁엔 네가 그분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나러 오신 것이고, 그분은 네 어머니시란다. 알고 있지? 앞으로 그분께서 너를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럼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그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어요! 수녀님도 그분을 보셨더라면… 정말 아름다우신 분이셨어요. 너무도 아름다우신…” 


〈엠미르 출판사, 『메주고리예의 기적-성심의 승리』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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