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어디 계세요?
이순종 안드레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오소서 성령이여! 우리 맘에 오소서. 위로자신 이여,
주님 찾는 슬기를 우리에게 주소서. 맘의 위로자여,
성령께 찬미 흠숭 드리는 성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위로자이신 성령이시다. 성모님께 드리는 찬미의 노래에도 위로의 성모님은 수없이 반복되어 불러지고 있다.
사랑하올 어머니여, 우리 위로자시여,
고귀하온 동정녀여, 우리 보호하소서.
동정 성모 마리아, 당신 사랑 주소서
모든 근심 슬픔에서 우리 구하옵소서.
“성령께서는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는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로마 8, 26)
로마서의 이 말씀을 들으면 성령께서 간구해 주시는 마음이 그대로 성모님의 마음이 되어 전해져 온다. 어둠과 혼란, 전쟁, 자연재해 갖가지 고통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하며 성령의 빛을, 성모님의 도우심을 부르짖고 있다.
성모님은 성령과 긴밀한 친교 안에 함께 하신다. 나자렛에서 천사의 인사를 받으실 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여.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는 말씀을 들으심으로써 성령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시고, 성령으로 우리의 어머니가 되셨다.
성모님은 깊은 침묵으로 성령의 빛을 받으셨고, 그 빛은 천상 은총으로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도록 들어 높이셨다. 성령과 성모님이 우리의 위로자이시고 인도자이심을 믿는 신앙의 기쁨은 성인들의 삶 안에, 순교자들의 삶 안에 드러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위로자이신 성령의 인도를 받고 성모님의 따뜻한 위로의 손길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 설 수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일상의 체험 안에 성모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신 자녀들을 돌보시고 위로하시고 함께 해주신다.
몇 년 전 성모 영보 대축일은 위로자이신 성모님 사랑에 깊은 감동으로 어머니와 함께 하는 잊을 수 없는 은총의 날이 되었다. 그날 아침 수녀원의 성모 영보 대축일 아침미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성가와 함께 성모님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는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미사 후 아침 식탁은 대축일을 축하하는 “주님을 찬미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응답으로 침묵이 해제되고 수녀님들과 행복한 인사로 축복을 나누며 형제애를 나누는 웃음소리는 평화로웠다.
그 때 들려온 평소 사랑으로 기도하며 수도여정을 함께 하는 젊은 수사님의 선종 소식은 너무나 당혹스럽고 커다란 충격이었다. 서둘러 수녀원을 나서는데 때늦은 3월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연도를 마치고 가슴이 아프고 눈물로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사고로 전치 4주의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성모님 대축일의 기쁨으로 시작한 하루가 안타까운 죽음과 뜻밖의 사고로 슬픔, 당혹감으로 늦은 시간 힘겹게 수녀원으로 돌아와서는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있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수녀님, 다행이시네요.” 뼈가 부서지지 않고 딱 부러져서 문제가 없고 더울 때가 아니어서 다행이고 새로 나온 깁스 자료가 가벼워서 다행이라고 하신다. 그러나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고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 수녀님들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미사에 갔다. 성당 자리에도 못 가고 공동체에서 사고를 모르는 수녀님들의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며 미사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의 화답송은 “의인의 뼈는 부러지지 않으리라.”였다.
사순절특강, 회원들 강의 등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책상에 앉아 늘 기도하던 성모님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 앞에는 유기서원 수녀님이 다소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수녀님 다치셨다고 해서……” 머뭇거리며 들려주는 수녀님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 놀라웠다.
꿈속에서 많은 수녀님들이 축제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오가고 있는데 내가 큰소리로 “성모님 어디 계세요?” “성모님 보신 분 안 계세요?”하고 찾아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녀님이 “왜 성모님을 찾으세요?”하고 물었더니 “예. 성모님과 한달 피정을 함께 하기로 했어요.”라고 대답하고는 계속해서 “성모님 어디 계세요?”하고 찾아 다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수녀님의 꿈속에서 성모님과 한달 피정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위로와 평화가 나를 감싸 안는 따뜻함을 느꼈다. 성모 영보 대축일 미사에 행복해 하며 기뻐하던 그 마음이 성모님이 주신 선물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공동체 수녀님들이 병문안을 와서 모두들 놀라워하신다. 불편하고 힘들어서 지쳐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리 부러진 것 맞아요.”
“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좋은 일이 생긴 것이 맞다. 성모님이 얼마나 세심하게 사랑으로 돌보아 주시는지 알았으니 얼마나 축복된 시간인가? 성모님과 함께 하는 1달 피정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 우리를 돌보시는 성모님의 위로와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소중한 봉헌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더욱 성모님을 부르고 성모님의 기도와 초대에 응답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두려움보다는 그 안에 감추어진 선물이 있음을 믿게 되었다.
“오소서 성령님, 저의 마음을 비추어 주소서. 위로자이신 성모님, 저와 함께 해주소서.” 기도하며 온전한 신뢰, 의탁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였다. 성모님이 주시는 위로는 늘 함께 하심과 바라보심이다. 성모님은 십자가의 아드님을 바라보시며 십자가의 죽음이 구세주의 희생제사로 인류를 구원하시는 장엄한 속죄의 어린 양이 되시도록 고통을 함께 하시며 위로의 눈길로 바라보고 계셨다. 참된 위로는 함께 함에 있다.
성모님은 오늘도 우리를 끊임없이 기도로 초대하신다. 성모님은 은총의 기쁨으로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성령 모신 영혼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위로자가 되어 그들에게 다가간다. 우리에게 위로자이신 성령께서 함께 하시고 위로의 어머니께서 우리를 예수님께로 인도하신다.
“성모님, 어디 계세요?”
오늘도 사랑으로 어머니를 찾으며 위로자이신 성모님께 사랑의 전구를 올려드린다.
〈www.aqop.org, 『평화 MIR』, 2014년 3/4월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