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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1 03:51
포도주가 없구나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46  
포도주가 없구나

                                                이순종 안드레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교황 재위 25년 첫날인 2002년 10월16일 교서 ¡º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반포하였습니다. 이 교서에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바쳐오던 세 가지 신비 외에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공생활의 주요 신비들을 묵상하는 빛의 신비를 추가함으로써 묵주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전생애를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의 신비를 통해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에서부터 수난 전날 제자들과 나누신 최후의 만찬에서 당신의 거룩한 몸을 생명의 빵으로 내어주시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천상 양식이 되게 하신 성체성사 제정까지 묵상하게 됩니다. 

빛의 신비 1단 묵상에서 예수님의 세례 장면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진 성부께 대한 예수님의 완전한 사랑의 응답이며 순종을 보여줍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나이다.”(히브 10, 9)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 하셨습니다.”(필리 2, 8) 예수님께서 세례로 물에 잠기실 때,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 놓으시는 수난의 신비가 아버지의 사랑의 응답으로 확인됩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 17) 예수님의 세례의 약속은 십자가에 이르는 죽기까지의 순종으로 완전히 성취됩니다. 

빛의 신비 묵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가나에서 첫 기적을 행하시는 2단의 묵상입니다. 성모님이 갈릴래아 가나의 혼인잔치에 초대받아 가셨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초대 받으시어 성모님과 함께 계십니다. 성모님은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아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고 말씀 하십니다. 성모님은 잔칫상에서 음식을 드시며 앉아 계시지 않으시고 집주인처럼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펴 보시며 서 계셨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성모님의 사랑의 눈길이 느껴지는 이 말씀에서 언제나 따뜻한 위로를 받습니다. “네 안에 말씀이 없구나”, “네 안에 연민이 없구나”, “네 안에 빛이 없구나,” 예수님과 성모님을 마음에 초대하시고 모시면 어머니께서 내 안에 없는 것을 아시고 예수님께 전구해 주십니다. 가나의 기적은 욕망으로 탐욕으로 죽음의 결핍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향해 눈을 뜨라고 새로운 외침을 주고 있습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잔치의 기쁨이 없는 것을 바라보시는 성모님과 그것을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만나지는 곳은 비움의 마음입니다. 빛의 신비 2단 가나의 기적의 핵심은 믿음입니다. 기적을 가져오는 힘이 믿음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예수님의 기적 상황에서 보았고 들었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루카 8, 48)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8, 42) 하혈하는 여인과 예리코의 소경을 고쳐주신 기적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믿음이 생명이고 구원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빛의 나라로 표현됩니다. 죄와 죽음이 어둠이라면 생명의 나라는 빛의 나라입니다. 

빛의 신비 3단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심을 묵상합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하신 성모님의 말씀에 예수님은 아직 자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내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들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성모님은 믿고 계셨습니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빈 항아리 여섯 개가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들은 비어 있었습니다. 가나의 잔치에서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의 도구가 된 것은 비어 있는 항아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물독에 물을 채워라” 빈 항아리들은 율법의 정결례가 아닌 새로운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위한 포도주가 담기는 기적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성모님은 가나의 잔치에서 보여주신 사랑의 보살핌을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십니다. “이곳에 평화가 없구나”, “이 곳에 먹을 것이 없구나.” 세계 곳곳의 전쟁과 기아의 참상을 보시며 우리에게 기도하라고 호소하십니다. “기도하여라! 기도하여라!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고 가난한 이웃들에게 생명의 빵을 나누어라.”라고 호소하십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입니다. 사람들이 여러분의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십시오.”(마태 5, 13) 

“하느님 나라는 자기 포도 밭에서 일 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마태 20, 1) 이른 아침부터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 시 그리고 오후 다섯 시, 당신 포도밭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자비는 지칠 줄 모르시고 멈추지 않으십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문을 닫아걸지 않으며, 하느님 앞에서 숨지 않는 것입니다. 희망으로 길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는 희망입니다. 기다림입니다.

빛의 신비 4단은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심을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셨습니다.(마태 17, 1) 수난의 광경을 미리 보여 주시는 타볼산의 거룩한 변모는 믿는 이들의 마음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앞에서 우리도 베드로 사도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 4) 기도하기 위해 높은 산으로 올라 갔다면, 영광의 빛을 받기 위해서는 삶의 자리,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희생의 자기 비움 없이 영광의 빛을 지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 그 곳이 사랑의 실천을 행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타볼산이 좋다면, 겟세마니의 괴로운 시간도 함께 해야 합니다.

이제 빛의 신비 5단의 묵상입니다. 성체성사는 사랑과 겸손 희생의 빵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빵을 들고 축복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떼어 주시면서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나누어 주십니다. 사랑의 성체성사는 자신을 내어주는 생명의 빵이 되어주는 성사입니다. 섬기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겸손하게 낮은 자리에 앉는 사람이 없습니다. 생명의 빵을 나누지 않습니다. 매일 성체를 모시면서도 마음은 차갑습니다. 빛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회개하고 믿음을 새롭게 하는 은총을 간구합니다. 희망으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묵주기도의 성월에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빛의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www.aqop.org, 『평화 MIR』, 2014년 9/10월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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