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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작성일 : 15-09-26 22:13
기뻐하십시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044  
기뻐하십시오!

이순종 안드레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

  “여러분에게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기쁨입니다. 봉헌된 이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기쁨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해 11월 29일 ‘봉헌생활의 해’를 선포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뻐하십시오.” 봉헌생활의 원천적 기쁨이 그리스도와의 일치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시는 말씀입니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구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죄와 슬픔, 내적 공허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기쁨이 끊임없이 새로 생겨납니다.” (복음의 기쁨 1항)

  ‘나는 무엇으로 기뻐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불안해하는가?’ 하는 질문의 답은 우리 일상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구원의 빛과는 너무 멀리 벗어나서 보여지는 것, 소유하는 것, 성취의 기쁨만을 찾고 있다면 그 기쁨은 헛된 모습을 드러내며 좌절과 공허로 바뀔 것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루카 1,28)

  참된 기쁨은 세상이 주지 않습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참된 기쁨은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동행의 결과입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은총의 삶은 자신을 하느님의 종으로 내어놓은 자기 포기, 완전한 순명의 응답에 있음을 성모님은 알려주십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기 때문입니다.” (루카 1,47)

  마음의 가난함, 내적 자유로 자신을 양보하는 빈자리가 없이는 “기뻐하십시오.” 라는 영적 초대에 응답할 수 없습니다. 마음 안에 가득 찬 세상의 지식과 자만심은 조금만 덜어내도 불안감과 걱정으로 슬퍼하고 분노하고 미움에 붙들려 평화를 잃게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즉위하신 후 수도자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기쁨을 강조하셨습니다.  “수도자들이 절인 오이같이 우울한 모습을 지녀서는 안 됩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수도생활이 우울하고 무겁기만 하다면 그것은 분명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길을 따르지 않는 자신이 만든 길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기쁨을 살기 위해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시선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면서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고 그 세상을 뛰어넘는 힘을 성모님이 지니신 침묵과 곰곰이 마음에 새기는 멈추어 서 있는 자기 바라봄의 성찰입니다.

  얼마 전 수녀님들과 함께 영화 ‘엑소더스’를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장애인 청년이 불편한 몸으로 볼펜을 팔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승객들에게 볼펜을 주면서 우리에게는 주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다시 볼펜을 걷으면서 지나갈 때 살며시 천 원 짜리 한 장을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순간 그 청년은 큰 소리로 “수녀님이 무슨 돈이 있다고……”하면서 뿌리치고 오히려 볼펜을 주면서 “수녀님, 이거 쓰세요.”하고 가벼렸습니다. 얼떨결에 볼펜을 받아들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는 수도자인 나를 천원도 쓸 수 없는 가난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볼펜까지 주고 가는 그 청년의 마음의 순수함이 밝은 빛처럼 내 마음으로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그날 이후, 그 청년의 밝은 목소리가 나를 일깨우는 바람처럼 스치곤 합니다. 그 청년은 몸이 불편해도 마음과 영혼이 건강합니다. 보이는 것을 의심 없이 있는 그대로 믿는 깨끗한 마음입니다. 수도자는 가난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만큼 기쁨과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기뻐하십시오. 마음이 가벼워야 기뻐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 사랑의 자비에 맡겨드리고, 가난한 주님의 여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무거운 욕심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끊임없이 우리 성화를 위해 우리 영혼을 손질하십니다. 만나지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의 사건을 통해 생명으로 가는 길을 복음의 기쁨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내 안에 자리하면 좋은 열매로 많은 사람들과 나눔을 통해 기뻐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성모님이 믿음으로 말씀을 세상에 낳아주시고 그 말씀이 생명의 빵이 되어 모든 이를 살리는 것처럼 복음의 기쁨을 세상 안에 증거하며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쁨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생깁니다. 감사는 축복을 부릅니다. 감사는 작은 배려에도 큰 기쁨을 돌려주는 축복이 됩니다. ‘봉헌생활의 해’를 살도록 특별한 은총의 시간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가난한 마음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봉헌된 이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기쁨이 있다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 말씀은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해서 하느님 나라의 목마름 외에는 다른 것에서 기쁨을 찾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마르지 않는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긷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봉헌 생활의 해’ 주제어인 복음, 예언, 희망을 살아가며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서 드러나도록 하는 응답일 것입니다.

  성령께서 마음에 쏟아 부어주신 사랑으로 ‘봉헌 생활의 해’를 마음을 다해 살아갈 것을 다짐해 봅니다. ‘봉헌 생활의 해’에 바치는 기도문의 일부를 바치면서 ‘기뻐하십시오.’라는 초대에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하며 시작합니다.

  당신 아들의 죽음과 부활 안에서
  밝히 드러난 희망을
  빛으로 밝아질 수 없는 어둠이 없는 희망
  새로 시작할 수 없는 좌절이 없는 희망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선사하신 그 희망을 전하는
  우리 수도자들이 우리 사회에
  희망의 누룩이 되게 하소서.
  아멘.

                                                                             〈www.aqop.org, 『평화 MIR』, 2014년 11/12월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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