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들아! 악,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이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 전역에 불고 있다. 그 때문에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너희를 평화의 길,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일치로 인도하도록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것이다. 어린 자녀들인 너희는 나의 펼쳐진 손이다. 모든 마음이 갈망하는 보물인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단식하고 희생을 봉헌하여라.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악,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이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 전역에 불고 있다. 그 때문에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너희를 평화의 길,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일치로 인도하도록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것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전쟁으로 인해 두 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고통을 당했고, 그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큰 전쟁이 터졌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입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준군사 조직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발의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를 응징하기 위해 막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며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살상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며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는 가운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전쟁 역시 하마스와 이스라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 여파는 이웃 중동 나라들과 온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마치 바람이 불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넘실대며 이곳 저곳으로 불어가듯이 말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전쟁 뒤에는 사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악마인 그는 악과 증오를 퍼뜨리고 평화와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전쟁을 하게 만듭니다. 사탄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집단들, 가정 그리고 각 개인의 마음 안에서조차도 전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에 덧붙여 사탄은 각종 대중매체들과 인터넷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등을 통해서 사람들 정신과 마음속에 악과 증오를 증폭시키고 평화를 깨뜨리며 사람들 사이의 분열을 조장합니다.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성모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들아! 악,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이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 전역에 불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지구의 어느 한 두 곳이 아니라 지구 전역을 언급하고 계십니다. 생명들을 파괴하기 위해 지구 전역에서 불고 있는 악,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을 바라다보고 계시는 성모님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수많은 인명 피해 상황 뉴스를 아무런 감흥 없이 남의 일처럼 바라다보고 있는 시청자와 같은 입장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죽고 부상당하고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고 비탄 속에서 통곡하시며 그들을 당신 품에 안으시는 어머니이시기에 그런 태도를 취하실 수 없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평화의 길,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일치로 인도하도록 이 어머니를 우리에게 보내 주고 계십니다. 비록 우리의 머리로는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악과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을 막아내고 소멸시킬 수 있는 길은 오직 그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특사로 세상에 파견되고 계시는 성모님께서는 평화의 길, 하느님과 사람들과의 일치에 이르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우리에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기도를 해야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회개하게 되며, 그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그때 가서야 비로소 참평화의 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에 하느님 가까이 가고, 그분과 하나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평화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한 정치인들의 대화와 타협, 외교적 노력 등을 절대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로는 진정한 평화를 이 땅에서 구현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자리에 평화는 절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적’ ‘대적자’ ‘고소자’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말 ‘사탄’은 ‘디아볼로’라는 그리스말로 번역되었습니다. 사탄의 그리스말인 ‘디아볼로’는 그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 줍니다. ‘디아볼로’는 ‘분열시키는 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름처럼 사탄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고, 사람들을 분열시킵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방해하고 사람들을 멸망과 죽음으로 이끌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람들이 당신과 하나가 되고, 서로 일치하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구원과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악, 증오 그리고 평화 부재의 바람이 전역에서 불고 있는 이 지구로 보내시어 우리를 그 길로 인도하고자 하십니다.
어린 자녀들인 너희는 나의 펼쳐진 손이다. 모든 마음이 갈망하는 보물인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단식하고 희생을 봉헌하여라.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창세 3, 5)라고 말하며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사탄과 달리 성모님께서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라고 말씀하시며 하느님 앞에 자신을 한껏 낮추셨습니다. 성모님께서 호칭하시는 대로 우리가 그분의 ‘어린 자녀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역시 성모님과 같은 겸손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겸손을 바탕으로 성모님께서 명하시는 것은 모두 행하고, 그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를 쓰시도록 우리 자신을 완전히 맡겨 드려야 합니다.
“너희는 나의 펼쳐진 손이다.”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당신과 동일시하십니다. 우리를 단순한 도구나 종으로 생각하지 않고 당신의 분신으로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펼쳐진 손인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은 모든 마음이 갈망하는 보물인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단식하고 희생을 봉헌하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입니다. 지식이나 돈이나 그 어떤 재능도 필요치 않습니다. 다만 성모님의 분신으로서 어머니를 도와 세상 구원과 평화를 위해 헌신해야 하겠다는 마음과 실천할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입니다.